괜히 천재 유격수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었다.
두산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7)가 낯선 3루 자리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며 허경민(32)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다. 오프시즌 3루 수비와 관련한 연습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고, 3루 수비를 보는 게 무려 12년만이지만 불안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김재호가 올 시즌 처음 선발 3루수를 맡은 건 지난 16일 고척 키움전. 허경민이 14일 고척 키움전에서 홈을 파고 들다가 무릎 인대를 다친 가운데 박계범이 이튿날 3루수로 나섰지만 어이없는 1루 송구 실책으로 교체됐고, 김태형 감독은 고심 끝에 결국 김재호에게 핫코너를 맡기는 결단을 내렸다.
김재호의 선발 3루수 출전은 2010년 9월 1일 잠실 SK전(현 SSG) 이후 무려 4306일만의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 전에 3루를 자주 맡았던 것도 아니었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그의 3루수 출전은 통산 16경기가 전부였다.
그러나 사령탑의 선택은 옳았다. 15일 고척 키움전부터 18일 잠실 KT전까지 4경기 연속 선발 3루수를 맡아 허경민의 공백을 훌륭히 메운 것. 이전부터 3루수와 유격수를 병행한 선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안정감이었다. 바뀐 위치에 대한 이해도, 타구 처리, 송구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더 놀라운 건 김재호가 이전까지 3루 수비 연습을 딱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산에는 붙박이 3루수 허경민이 있었고, 허경민이 자리를 비울 때 박계범, 안재석 등이 주전 체력 안배를 도왔다. 3루수 쪽에서 김재호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김태형 감독은 “사실 3루를 시켜보지도 않고 내보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하며 “그래도 기본기가 워낙 좋아 어디에 갖다 놔도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다. 3루수도 잘할 줄 알았다. 너무 잘해주고 있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두산 3루는 당분간 김재호가 책임질 전망이다. 김 감독은 19일 잠실 KT전에서 김재호를 유격수로 이동시키고, 박계범에게 다시 기회를 부여했지만 이번에는 치명적인 포구 실책을 범하며 문책성 교체를 당했다.
새로운 한 주부터는 3루수 김재호-유격수 안재석의 내야진이 꾸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