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경기 중 자리를 비워 논란이 되고 있다. 최하위 팀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지난 19일 창원 한화-NC전. 한화는 3-5로 뒤진 8회 1사 후 최재훈이 NC 사이드암 원종현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추격의 불씨를 되살렸다. 최재훈 대신 대주자를 기용하는 승부수를 띄울 만도 했지만 한화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대주자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최재훈의 걸음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대주자를 기용하면 상대를 압박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경기가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지만 상대를 그만큼 편하게 해주는 거다. 압박이 전혀 되지 않는다. NC 입장에서는 1루 주자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타자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후 권광민과 박정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득점 실패.
경기 후반 마지막 득점 기회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이었지만 수베로 감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이유가 어찌 됐든 감독이 공수 교대가 아닌 중요한 상황에서 자리를 비웠다는 건 분명히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수베로 감독이 덕아웃에 없었던 모양이다. 카메라에 (모습이) 잡히지 않다가 이제 잡혔다"면서 "감독이 경기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상대를 압박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상대를 전혀 압박하지 못하고 짜임새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팀이 7연패에 빠진 상황에서 1사 후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는데 그 상황을 전혀 이용하지 못한다. 이닝 중간에 나와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면서 "최하위에 빠진 팀인데 너무 느슨하게 운영한다.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인데 이닝 중간에 감독이 자리를 비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한화는 9회 마지막 공격에서도 세 타자 모두 범타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3-6 패. 지난 9일 잠실 두산전 이후 8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화는 성적과 팀 분위기 모두 최하위. 지난 16일 대전 롯데전에서 주장 하주석이 8회 송수근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하주석은 배트를 땅에 내리 꽂으면서 심판 판정에 종합적인 분노를 표출했다. 결국 송수근 구심은 하주석이 과격한 행동을 하자 퇴장 조치를 내렸다.
하주석은 분노를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동료들과 코치들이 나와서 하주석을 말렸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하주석은 헬멧을 강하게 던졌다. 주위에 선수, 코치들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누가 다치든 말든 하주석은 본인의 감정을 내뱉었다.
하주석의 헬멧은 덕아웃 벽을 맞고 튀어나와 웨스 클레멘츠 수석코치의 뒷머리를 가격했다. 중계방송 화면에서 하주석은 헬멧이 케네디 코치의 머리를 맞은 것을 확인하고도 그냥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코치가 맞아도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을 해도 그 누구도 제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화는 지난 17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하주석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KBO는 20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하주석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계획이다.
주장은 심판 판정에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난동에 가까운 추태를 부리고 감독은 7연패의 늪에 빠졌는데 경기 중 덕아웃을 비웠다. 한화가 순위표 맨 아래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