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전)의산이가 잘 하면..."
지난 8일, SSG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부진을 거듭하던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을 2군으로 내리면서 2군에서 타격감이 좋은 거포 유망주 전의산(22)을 콜업했다. 교체를 고민할 정도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였지만 어떻게든 재조정을 거치고 살아나는 게 SSG 구단 입장에서는 최상이었다.
크론을 대신해서 콜업된, 2020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지명된 3년차 중고신인 전의산의 입장에서는 열흘의 기간 동안 자신의 잠재력을 뽐내야 했다. 그래도 김원형 감독은 여지를 뒀다. 지난 8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일단 크론은 열흘을 두고 다시 콜업을 할 예정있다. 하지만 만약에 의산이가 열흘 동안 잘 하게 되면 (크론 콜업에)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정해놓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열흘이 지났다. 전의산은 열흘의 오디션을 당당하게 통과했다. 크론이 그립지 않을 정도로 무게감, 존재감을 모두 대체하고 있다. 콜업 이후 10경기 타율 4할5리(42타수 17안타) 2홈런 12타점 OPS 1.218의 기록을 마크하고 있다. 크론은 지난 17일부터 퓨처스리그에 나서기 시작했다.
아직은 스몰 샘플로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당장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다. SSG는 외국인 타자의 부재에 골머리를 싸매야 했던 팀이 이제는 미래 거포의 등장으로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지난 18일 사직 롯데전, 고향에서 전의산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고향 팬들 앞에, 그리고 SSG 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 시켰다. 5타수 4안타(1홈런)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0-5 대승을 이끌었다.
그는 18일 경기 후 "크게 생각은 안 하고 공만 중심에 맞히고 타이밍을 계속 생각하면서 타석에 들어갔다"라면서 "고향에서 활약을 하게 되면 기분이 많이 좋은 것 같다"라면서 웃었다.
선수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활약이고 신기하다. 그는 "나도 이렇게 활약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계속 열심히 준비해서 하던대로 한 것 같은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나도 좀 심기하다"라면서 "지금처럼만, 준비했던대로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 내에서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도 있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1군에 더 머물면서 꼭 상대해보고픈 투수가 있다. 경남고 시절 배터리를 이루기도 동기생, 롯데 최준용(21)과 맞붙고 싶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준용이가 투수하면 제가 또 포수를 하기도 했다. 그때도 공이 많이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팀을 대표하는 투수가 됐지 않나. 지금의 공은 어떤 느낌일지, 한 번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