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타자 못지 않다".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이 주전 유격수 박찬호(27)의 수비력을 인정했다. 화려함을 쫓지 말라는 견제구도 날렸지만 이제는 견실한 수비력과 공격력까지 갖춘 리그 우등 유격수로 평가하고 있다. 입단 9년 차, 유격수 풀타임 3년 차를 맞아 명실공히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삼성과의 광주경기에서 1회초 궁극의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피렐라의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타구를 빠르게 쫓아 잡았다. 달려가는 가속도가 붙어 송구가 어려웠으나 몸을 틀면서 정확하게 1루수 미트에 배달했다. 사실상 안타를 완벽한 포구와 송구로 지워버린 것이다.
박찬호는 요즘 이런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아 처리한다. 바운드가 어려워도 감각적인 글러브질로 처리해 평범한 타구로 바꾼다. 투수들이 박찬호의 수비력 도움을 많이 받는다. 12개의 실책이 나왔지만 가장 많은 타구를 처리하는 유격수에게 따라붙는 딱지같은 것이다. 탄탄한 수비력으로 기여도를 훨씬 높이고 있다.
김종국 감독은 "수비력이 상당히 안정되었다. 시즌 초반 불안했다. 혼자 급했다. 지금은 여유가 있다. 같은 야구인이 보더라도 편안하게 한다. 이런 수비를 원했다. '찬호가 다 해결해줄거야' 하는 느낌이 생겼다. 투수 옆으로 빠지는 어려운 타구는 우리가 봐도 처리가 어렵다. 그걸 잡고 다음 송구동작도 매끄럽다. 화려함은 줄었고 안정감은 높아졌다"고 극찬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박찬호의 1회초 잇따른 수비 실수가 나오자 1회말 타석에서 바로 교체하기도 했다. 너무 보여주려는 겉멋 수비를 한다는 이유였다. 화려함을 버리고 기본기에 충실한 수비를 주문했다. 유격수 출신의 사령탑이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수비를 했던 것이다. 이제는 훨씬 차분하고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응답하고 있다.
수비력 뿐만 아니라 공격력도 강해졌다. 18일 현재 타율 2할6푼, 20타점, 23득점, 12도루, OPS .655, 득점권 타율 2할9푼2리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타석에서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스윙을 하면서 타구의 질이 달라졌다. 인플레이 타구와 정타가 많아졌다. 야수 정면으로 날아가는 타구가 많은 것이 아쉬울 정도다. 주전 유격수로 풀타임으로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팀 전력에 큰 플러스가 되고 있다.
김 감독은 "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푸드워크가 좋아졌고, 가랑이를 빼거나 볼을 무서워하는 경우가 없어졌다. 강한 타구도 몸 정면에서 잡으려고 한다. 공격도 너무 잘한다. 풀타임 유격수 수비하는 자체가 팀에 엄청 플러스이다. 중심타자 못지 않게 고과가 높다. 쉬어주지 못하는게 고민이다. 지금은 괜찮다고 하는데 조절해주겠다"고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