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37, 포항 스틸러스)이 떠난 FC서울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구단의 상징과 같았던 선수를 떠나보낸 뒤 거센 비난을 받았던 김기동 감독은 불과 1년 만에 K리그1 정상에 올랐다. 기성용의 이탈이 우승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성용 없이 새롭게 구축한 서울이 이전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FC서울은 지난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33라운드 강원FC와 맞대결에서 1-1로 비겼다. 같은 시간 2위 울산 HD가 포항 스틸러스와 2-2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서울의 우승이 확정됐다. 서울은 정규라운드 33경기에서 20승 7무 6패, 승점 67점을 기록했다. 남은 파이널 라운드 5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상에 오르면서 2016년 이후 10년 만의 우승이자 구단 통산 7번째 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김기동 감독에게는 특별한 우승이다. 2024시즌을 앞두고 서울 지휘봉을 잡은 그는 부임 3년 만에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지난해 기성용과의 결별 과정에서 겪었던 논란과 비판을 성적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시만 하더라도 김 감독이 서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기성용은 서울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팀의 중심을 지켰고, 국가대표팀 주장 출신다운 경험과 경기 운영 능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기동 감독 역시 부임 초기에는 기성용을 적극적으로 신뢰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계약이 만료된 기성용의 잔류를 직접 설득했으며, 주장 완장을 맡기기 위해 여러 차례 면담을 진행했다. 두 사람의 동행은 서울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으로 여겨졌다.
2025시즌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기성용은 부상 이후 출전 기회가 줄어들면서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 여전히 넓은 시야와 정교한 킥, 경기 조율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30대 후반에 접어든 만큼 활동량과 수비 가담에서는 부담이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에서 중원 선수들의 활동량과 기동력, 공수 전환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성용의 활용 방식을 놓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성용은 지난해 여름 서울을 떠나 포항으로 이적했다. 현역 생활을 이어가며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 싶었던 선수의 선택이었다. 다만 오랫동안 서울을 대표했던 선수가 팀을 떠나는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일부 팬들은 구단과 김 감독이 레전드에게 합당한 예우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기성용 이적 이후 열린 포항과의 홈경기에서는 김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까지 나왔다.
성적도 좋지 않았다. 서울은 지난해 K리그1을 6위로 마무리했다. 기성용이 합류한 포항은 4위에 올랐다. 서울 팬들 사이에서는 구단의 상징적인 선수를 잃고도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불만이 커졌다. 김 감독은 팬들의 야유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는 당시 "팬들이 현 상황에 있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결과로 증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1년 뒤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서울은 2026시즌 개막 이후 5승 1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후에도 우승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았고, 정규라운드 33경기에서 20승을 쌓으며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6위에 머물렀던 팀이 리그에서 가장 먼저 정상에 오른 것이다. 기성용이라는 상징적인 선수가 사라진 뒤에도 서울은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한층 강력한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거듭났다.
변화는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은 정규라운드 33경기에서 61골을 넣고 29골을 허용했다. 득실 차는 +32다. 경기당 평균 1.85골을 넣으면서 실점은 0.88골로 억제했다. 승률은 60.6%, 경기당 평균 승점은 2.03점이었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하면서 시즌 내내 승점을 쌓았다. 특정 선수의 활약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팀 전체의 균형을 유지한 결과였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25/202610252107778591_6addf2bfde038.jpg)
특히 공격에서 여러 선수가 득점에 참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서울은 24라운드 FC안양 원정에서 7-0 대승을 거뒀다. 정승원이 멀티골을 터뜨렸고 바베츠, 문선민, 클리말라, 안데르손, 이승모까지 골맛을 봤다. 한 경기에서 득점한 선수만 6명이었다. 26라운드 광주FC 원정에서도 손정범, 김진수, 이승모, 정승원, 안데르손 등 5명이 득점에 가담하며 5-2로 승리했다. 공격수뿐 아니라 미드필더와 수비수까지 득점에 참여하면서 상대가 특정 선수만 막아서는 서울의 공격을 제어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공격 전개도 정교했다. 확보된 31경기 매치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은 398차례 슈팅을 시도했고, 이 가운데 260회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나왔다. 전체 슈팅의 65.3%에 해당한다. 키패스는 280회였으며 전체 패스 1만 4787회 가운데 1만 2660회를 성공시켜 85.6%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패스 전개를 바탕으로 상대 페널티 박스까지 진입해 득점 기회를 만드는 공격이 꾸준히 이어졌다.
서울의 강점은 대승을 거두는 능력에만 있지 않았다. 팽팽한 경기에서도 승점 3점을 가져오는 힘이 있었다. 확보된 31경기에서 서울은 19승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11승이 한 골 차 승리였다. 1-0 승리가 5차례, 2-1 승리가 6차례였다. 경기력이 압도적이지 않은 날에도 집중력을 유지하며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극적인 승리도 적지 않았다. 3라운드 제주SK전에서는 후반 43분 동점골을 내줬지만 추가시간 이승모의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7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클리말라가 결승골을 터뜨리며 1-0으로 이겼고, 29라운드 전북 원정에서도 클리말라의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로 2-1 승리를 완성했다. 쉽게 승리할 수 있는 경기에서는 화력을 폭발시켰고, 치열한 접전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난 9월 전북 원정 승리 이후 김기동 감독은 자신이 겪었던 시간을 돌아봤다. 그는 "작년에 많은 야유를 받았다. 개의치 않았다. 의도치 않은 상황도 있었다. 감독은 성적으로 증명을 해야 한다. 와신상담하면서 동계훈련을 잘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계획한 대로 나아가려고 한다. 팬들도 저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 감독은 성적이 잘 나면 좋은 이야기를 듣고 안 나면 안 좋은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이 숙명"이라고 덧붙였다.
선수들도 김 감독의 축구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당시 전북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클리말라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님을 강하게 믿는 것이다. 김기동 감독님의 축구철학을 모두가 공유하고 따르고 있다. 올바르다고 믿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큰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감독이 올해는 선수단의 신뢰를 바탕으로 우승 경쟁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김 감독은 기성용의 이적과 서울의 우승을 직접 연결하는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강원전 종료 후 열린 우승 기자회견에서 기성용이 팀에 남아 있었다면 우승 과정이 달라졌을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김 감독은 "제가 보낸 건 아니다. 그건 확실하다. 없어서 우승했고, 있다고 못하고 그러는 건 아닌 것 같다"라고 답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기성용이 없었기 때문에 서울이 우승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성용이 남아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기성용이 이적한 이후 김 감독이 자신의 구상에 맞춰 팀을 재편했고, 그 결과 서울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분명하다. 오랜 기간 팀을 이끌었던 베테랑에게 기대던 역할을 여러 선수가 나눠 맡았고, 공격과 수비에서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이는 기성용이 서울에서 쌓아온 업적을 부정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성용은 서울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이며, 그의 이적을 둘러싼 팬들의 아쉬움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에게는 특정 선수의 명성과 별개로 팀 전체의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서울은 지난해 그 과정에서 큰 갈등을 겪었지만, 올해는 그 변화가 성적으로 이어졌다.
2025년 6위였던 서울은 2026년 우승팀이 됐다. 33경기에서 61골을 넣고 29골만 내줬으며, 20차례 승리를 거두는 동안 패배는 6차례에 그쳤다. 레전드의 빈자리를 한 명의 대체 선수로 메운 것이 아니라 팀 전체의 조직력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김 감독의 우승은 더욱 의미가 크다.
기성용 없이 우승했지만, 기성용이 없어서 우승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 개인의 이탈보다 자신이 구축한 팀의 경쟁력으로 평가받기를 원했다. 그리고 서울은 10년 만의 리그 우승이라는 결과로 그 경쟁력을 증명했다. 지난해 비난의 중심에 섰던 김 감독이 올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자신의 축구를 향한 믿음을 끝까지 유지한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