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번이 아니다' 결승 훈련 막더니 귀국길에도 버스 '노쇼'...베트남 경기까지 늦춘 日 조직위, 자국 팬도 "한국 이겨 다행"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9.22 11: 44

"가는 날까지 버스가 안 오는군요."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 여준석(24, 시애틀대)이 귀국길에 남긴 말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단 수송 문제가 반복된 끝에 이제는 국제대회 경기 시작 시간까지 미뤄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21일 오후 1시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종합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여자배구 5~8위 순위 결정전 베트남-인도네시아전은 예정보다 30분 늦은 오후 1시 30분에 시작됐다.

[사진] 요미우리 신문

베트남 선수들을 경기장으로 옮길 셔틀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트남 매체 '바오싸이둥'에 따르면 선수단은 오전 10시 10분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직위원회가 배정한 차량은 약속된 시간보다 무려 1시간 15분 늦게 나타났다.
선수들의 경기 준비 일정도 꼬였다. 베트남은 가까스로 경기장에 도착했지만 정상적인 준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고, 인도네시아에 세트 점수 0-3(20-25, 21-25, 18-25)으로 패했다.
베트남이 수송 문제를 겪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고야에 도착한 첫날에는 셔틀버스가 선수단을 배정된 숙소가 아닌 다른 호텔에 내려줬다. 선수들은 개인 짐과 장비를 직접 끌고 숙소까지 걸어가야 했다.
버스 문제는 특정 국가나 종목에 국한되지 않았다.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일본과 금메달을 다투는 결승전 당일 오전 슈팅 훈련을 계획했지만 훈련장으로 이동할 차량이 나타나지 않아 일정을 취소했다.
대한민국 남자농구대표팀이 개최국 일본을 꺾고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역사상 처음 열린 결승 한일전의 승자는 한국이었다.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일 일본 나고야 IG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에서 일본을 65-57로 제압했다.금메달 확정 후 농구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2026.09.20 / soul1014@osen.co.kr
경기 준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고였다. 한국은 조직위원회의 황당한 운영에도 일본을 65-57로 꺾고 2014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아시안게임 최초의 남자 농구 결승 한일전에서 개최국을 무너뜨렸고, 1982 뉴델리 대회 이후 44년 만에 원정 금메달도 따냈다.
버스 문제는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대표팀은 21일 귀국을 위해 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또다시 차량이 나타나지 않아 숙소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여준석은 소셜 미디어에 선수들이 길가에 서 있는 사진과 함께 "가는 날까지...버스가 안 오는군요"라고 적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여준석은 "너무 참다가 너무 화가 나서 올렸다. 오는 날까지 이러니까 그랬다.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현지 직원이 여기저기 연락한 뒤에야 겨우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아침부터 쉽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남자 축구대표팀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15일 카타르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버스 기사가 경기장 위치를 찾지 못해 축구장이 아닌 인근 야구장으로 향했다. 한국과 카타르 선수들은 예정보다 약 30분 늦게 경기장에 도착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튿날에는 회복 훈련장으로 이동할 차량이 아예 배차되지 않았다. 대표팀은 급하게 대체 차량을 마련했고 오전 10시 30분 시작할 예정이었던 훈련은 20분 늦게 진행됐다.
차량이 늦게 오고, 아예 배정되지 않고, 목적지까지 잘못 찾아가는 상황이 종목을 바꿔가며 이어졌다. 결국 베트남-인도네시아전에서는 경기 시작 시간까지 30분 미뤄졌다. 한두 차례의 우연이나 현장 실수로 치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개최국 일본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이 결승전 당일 버스 문제로 슈팅 훈련을 하지 못했다는 일본 ‘닛칸스포츠’ 보도에는 조직위원회를 질타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일본 팬은 "결승전을 앞두고 연습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 전대미문의 허술한 운영에 화가 났다. 솔직히 한국이 이겨서 안도했다"라고 적었다. 해당 댓글에는 140개가 넘는 공감이 달렸다.
다른 팬은 "이번 대회에는 인위적이고 초보적인 문제와 실례가 너무 많다. 각국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개최국이 발목을 잡아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 남자농구대표팀이 개최국 일본을 꺾고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역사상 처음 열린 결승 한일전의 승자는 한국이었다.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일 일본 나고야 IG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에서 일본을 65-57로 제압했다.농구대표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9.20 / soul1014@osen.co.kr
일본이 승리했다면 한국의 훈련 무산 문제가 더 큰 논란으로 번졌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팬은 "이 상태에서 일본이 이겼다면 한국이 경기 전 훈련을 하지 못한 문제가 엄청나게 지적됐을 것이다. 그런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선수단을 정해진 시간에 숙소와 훈련장, 경기장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국제종합대회 운영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농구가 훈련을 취소했고, 한국 축구는 야구장으로 향했으며, 베트남 배구는 경기 시작까지 늦어졌다.
숙소와 식사, 경기장 안내에 이어 수송 체계까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버스가 오지 않아 결승전 슈팅 훈련을 하지 못하고도 일본을 꺾었다. 일본 팬들조차 한국의 우승에 안도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모든 선수가 결과로 운영 문제를 덮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은 준비 시간을 빼앗긴 채 코트에 들어섰고 완패했다. 선수들이 수년간 준비한 경기에 제시간에 도착하도록 만드는 것부터 조직위원회가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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