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도 괜찮아?" 첫 만남부터 농담 던진 모레노...한국 대표팀은 '사람'에서 시작됐다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9.22 07: 50

로베르트 모레노(49) 임시 감독이 선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한국 축구대표팀에서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 장거리 이동을 마친 선수들의 피로를 고려해 야외 훈련을 실내 회복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등 선수 관리에도 신경을 썼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 소집돼 첫 훈련을 진행했다.
이날 훈련에는 이동경(울산 HD), 정승원(FC서울) 등 국내파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설영우(아우크스부르크),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 등 해외파를 포함해 19명이 참가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백승호(버밍엄 시티),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재성(마인츠), 송민규(CD 나시오날)는 이날 저녁 합류할 예정이다. 손흥민(LAFC)과 황희찬(샬케04)을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은 22일 대표팀에 들어온다.
모레노 감독은 소집 첫날부터 선수들을 그라운드로 불러내지 않았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와 무더운 날씨를 고려해 야외 훈련을 취소하고 실내에서 회복에 집중하도록 했다.
선수들은 사이클과 스트레칭 등으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모레노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나누면서 선수들의 움직임과 몸 상태를 살폈다. 실내 훈련장에는 평소 대표팀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스페인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새로운 얼굴과 기존 대표팀 선수 사이에는 다소 어색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함께 치른 선수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대표팀 경험이 많지 않은 일부 선수들은 김민재 등 기존 주축 선수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모레노 감독은 선수들과 개별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거리를 좁혔다. 오세훈(마치다 젤비아)은 "감독님이 최근 아기가 태어난 사실을 알고 축하해주셨다"라고 밝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승원과는 농담도 주고받았다. 정승원은 "감독님께서 '벤치에 있어도 괜찮으냐'고 농담하셨다. 나도 '싫다'고 답했다"라며 웃었다.
가벼운 인사에만 그치지 않았다. 모레노 감독은 선수마다 소집 기간 이행해야 할 일정이 담긴 자료를 전달했다. 오세훈은 "감독님께 개별 일정이 적힌 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정승원도 "목요일까지 일정이 담긴 용지를 나눠주시면서 약속된 내용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하셨다"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개인적인 상황을 미리 파악해 대화를 시작하고, 각자 수행해야 할 일정까지 분명하게 제시한 것이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름값이나 과거 경력 대신 현재 경기력으로 선수를 판단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대표팀 내부의 경쟁도 첫날부터 시작됐다.
모레노 감독은 과거 러시아 소치에서 선수단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훈련 프로그램의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불만을 샀고, 베테랑 선수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표팀 부임이 결정된 뒤에도 선수단 관리 능력이 우려 요소로 꼽힌 이유다.
모레노 감독 역시 과거 경험을 통해 지도자의 역할에 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예전에는 전술과 방법론, 경기 준비와 상대 분석에 거의 모든 시간을 썼다. 감독이 된 뒤에는 그것이 전체 업무의 20% 정도이고, 나머지 80%는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돌아봤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에서의 출발은 달랐다.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기에 앞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고, 몸 상태에 따라 첫 훈련 계획도 과감히 변경했다.
대표팀은 22일 모든 선수가 합류한 뒤 팬들 앞에서 오픈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첫 실전은 2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에콰도르와 평가전이다. 한국 대표팀 역사상 첫 스페인 출신 사령탑인 모레노 감독의 데뷔전이기도 하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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