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2015년 6월20일 창원 마산구장의 원정 감독실에서 김성근 당시 한화 이글스 감독의 시선은 TV에 고정돼 있었다. TV에는 메이저리그 경기가 재방송 중이었고, 김성근 감독은 깡마른 백인 좌완 투수를 보곤 “볼 참 좋다”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 크리스 세일(37·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 피처를 데려와야겠다. 유명한 선수인가?”라고 기자들에게 몸값도 물으며 “어마어마하게 좋은 투수다. 스피드 자체가 다르고, 볼끝도 좋아 보인다. 클레이튼 커쇼보다 더 나아 보인다”며 “저런 투수 데려올 수 없나? 우리나라 오면 무조건 20승은 하겠다”고 말했다. “혹사시키면 30승도 하겠는데”라고 농담도 던지며 세일에게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11년 전 20대 중반으로 쌩쌩했던 세일은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지금도 건재하다.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 5피안타 2사구 11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애틀랜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13승(9패)째를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2.06으로 낮췄다.
![[사진] 애틀랜타 크리스 세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8/28/202608281521773488_6a9182b9ba929.jpg)
![[사진] 애틀랜타 크리스 세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8/28/202608281521773488_6a9182ba2848f.jpg)
3회 오타니 쇼헤이에게 던진 4구째 포심 패스트볼은 시속 100.1마일(161.1km)로 측정됐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이었던 지난 2018년 6월25일 이후 8년 만에 시속 100마일(160.9km)을 뿌린 순간. 오타니는 이 공을 파울로 커트했지만 배트에 고스란히 전해진 울림 때문에 손을 털며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 이 타석에서 오타니는 세일의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날 세일은 평균 시속 96.9마일(155.9km) 포심 패스트볼(48개), 슬라이더(40개) 중심으로 싱커(14개), 체인지업(7개)을 던지며 다저스 타선을 압도했다. 8회를 마쳤을 때 투구수가 97구였지만 세일은 월트 와이스 애틀랜타 감독에게 완봉승 의지를 나타냈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마지막 타자 알렉스 콜을 3구 삼진 처리하며 2019년 6월6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이후 7년 만이자 개인 통산 4번째 완봉승을 달성했다. 콜의 체크 스윙을 이끌어낸 109구째 마지막 공은 시속 98.6마일(158.7km)에 달했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애틀랜타 포수 드레이크 볼드윈은 “내가 빅리그에서 본 최고의 투구 톱2 중 하나다. 초구부터 완전히 집중해 던졌다. 믿기지 않았다”며 “전광판에 세 자릿수 구속이 찍혔다. 세일이 그 정도를 던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던지는 걸 보니 정말 멋졌다”고 말했다. 보스턴 시절 세일과 한솥밥을 먹었던 다저스 무키 베츠도 “세일의 컨디션이 좋았고, 늘 그랬듯이 스트라이크를 잘 던졌다. 때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을 때가 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사진]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8/28/202608281521773488_6a9182ba8bf50.jpg)
오타니도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꽁꽁 묶였다. 5회에는 존을 완전히 벗어난 시속 99.6마일(160.3km)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 세일은 “오타니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본 선수 중 최고일 것이다. 최고와 맞설 때는 나도 최고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8회를 마치고 덕아웃에서 “이 경기는 내 거야”라며 와이스 감독에게 9회 등판 의지도 드러냈다. 와이스 감독은 “세일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이 마무리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세일은 올 시즌 24경기(144이닝) 13승9패 평균자책점 2.06 탈삼진 177개 WHIP 1.00 피안타율 2할1푼8리로 나이가 무색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내셔널리그(NL) 평균자책점 2위, WHIP 3위, 탈삼진 4위, 다승·피안타율 공동 5위로 사이영상에 도전할 만한 성적이다. 올해 포심 패스트볼이 평균 구속이 시속 96.1마일(154.7km)로 20대 시절보다 더 빠른 커리어 하이로 주무기 슬라이더와 함께 여전히 속도로 타자들을 찍어 누르고 있다.
애틀랜타 이적 첫 해였던 지난 2024년 생애 첫 사이영상을 수상한 세일은 2년 만에 다시 사이영상을 노려봄직하지만 남은 시즌 아무리 잘 던져도 ‘신성’ 제이콥 미저라우스키(24·밀워키 브루어스)를 넘기는 쉽지 않다. 올 시즌 25경기(151이닝) 14승5패 평균자책점 1.73 탈삼진 222개 WHIP 0.75 피안타율 1할5푼으로 NL 평균자책점·탈삼진·WHIP·피안타율 1위를 휩쓸고 있어 만장일치 사이영상 페이스다. 세일은 지난 2017년 코리 클루버에게 밀려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2위를 한 바 있다. /waw@osenco.kr
![[사진] 애틀랜타 크리스 세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8/28/202608281521773488_6a9182baeb0d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