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타자였고 감독까지 했다, 그래도 “부족한 게 많다”…일본서 다시 배우는 ‘국민타자’ 이승엽 코치 [오!쎈 도쿄]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6.08.24 23: 07

"감독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부분이 더 많이 보인다. 저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현역 시절 ‘국민 타자’로 불리며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 코치에게도 배움은 현재진행형이다. 두산 베어스 사령탑을 맡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그는 일본에서 다시 코치로 선수들과 호흡하며 새로운 야구를 배우고 있다.
지난 22일 일본 도쿄돔에서 만난 이승엽 코치는 "감독을 할 때는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더 많이 보인다. 저 역시 부족한 게 많다. 그런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 코치. 2026.08.21 /what@osen.co.kr

무엇보다 선수들과의 소통에 공을 들인다. 이승엽 코치는 "선수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 코치. 2026.08.21 /what@osen.co.kr
이른바 'MZ세대'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식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어주려고 한다. 이제 일방적인 지도는 효과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선수들과 대화하는 데 별문제가 없는 만큼 자주 이야기하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세대가 바뀌었다고 프로 선수에게 필요한 자세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인터뷰 도중 홀로 번트 훈련에 매달리는 한 선수를 가리킨 이승엽 코치는 "어제 경기에서 번트를 제대로 대지 못했다. 오후 6시 경기인데 1시도 되기 전에 나와 혼자 연습하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시킨 게 아니라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라며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강한 의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게 선수들에게 몸에 밴 좋은 습관"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팀에 미안한 마음이 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세대는 달라도 야구를 대하는 자세는 여전하다”며 “선수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역시 프로 의식이 강하다는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 코치. 2026.08.21 /what@osen.co.kr
일본 야구를 가까이에서 다시 경험하며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투수들의 성장이다. 현역 시절 일본 무대를 누볐던 이승엽 코치가 보기에도 지금의 일본 투수들은 당시보다 한층 강해졌다.
"상상 이상으로 좋아졌다. 제구력과 무브먼트가 정말 좋다. 손 감각을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타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칠 수 없는 코스로 던진다는 느낌이 들 만큼 제구가 뛰어나다. 특히 눈에 띄는 게 슬라이드 스텝이다. KBO리그에서 슬라이드 스텝이 뛰어난 편에 속하는 선수들도 일본에서는 평균밖에 안 될 정도로 빠르다. 단순히 공을 던지기 위한 준비뿐만 아니라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
이승엽 코치는 일본 투수들의 성장 원동력으로 탄탄한 기본기와 풍부한 훈련량을 꼽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충실히 다지고 캐치볼이나 불펜 피칭 등 공을 많이 던진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면 혹사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팀 훈련이 끝난 뒤에도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감각을 익히기 위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 코치. 2026.08.21 /what@osen.co.kr
이어 "팀 훈련이 끝난 뒤 선수 개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을 찾아서 한다. 특히 마무리 캠프나 스프링캠프 때 훈련량이 어마어마하다. 캐치볼, 불펜 피칭, 네트 스로우 등 개인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내부 경쟁도 선수들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승엽 코치는 "워낙 선수층이 두껍다 보니 스스로 발전하지 않으면 1군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과 달리 선발 투수도 등판 당일 오후 2시부터 나와 훈련을 소화한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제게는 새로운 부분이었다. 투수 코치에게도 훈련 방법 등에 대해 자주 물어보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승엽 코치가 바라보는 한일 야구의 현주소는 어떨까. 그는 현재와 같은 환경이 이어진다면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잘 알려져 있듯 야구 인프라 자체가 다르다. 일본에는 고교 야구팀만 4000개가 넘는다. 우리와는 비교하기 어렵다. 단순히 팀 숫자만 많은 게 아니다. 선수들의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에 성장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다".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 코치. 2026.08.21 /what@osen.co.kr
한국 아마추어 야구의 훈련 환경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승엽 코치는 "예전과 달리 선수들의 훈련 시간이 많이 줄었다. 요즘 학생 선수들은 정규 수업을 모두 받은 뒤 야구를 하는데 공교롭게도 이런 변화가 나타난 시점과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기가 겹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신분이기에 수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를 꿈꾼다면 실력 향상을 위해 지금보다 야구 훈련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는 따라온다고 믿는다. 야구는 개인 종목이 아닌 단체 종목이기 때문에 함께 손발을 맞춰야 할 부분도 많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승엽 코치가 강조하는 건 기본과 훈련이다. "연습을 많이 하지 않고 어떻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는가. 오프 시즌에는 많은 훈련량을 가져가야 한다. 몸이 기억할 때까지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타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이 들어왔는데 말도 안 되는 스윙으로 안타 또는 홈런을 만들어내는 건 실력도 실력이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 훈련량만 많으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훈련량과 방향성이 함께 가야 한다".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 코치. 2026.08.21 /what@osen.co.kr
무작정 많이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기에 따라 훈련량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승엽 코치는 "시즌 중에는 매일 경기를 소화해야 하니까 훈련량을 줄여야 한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경기 전 훈련을 너무 많이 하면 정작 경기할 때 지칠 수 있다"며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해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요미우리 구단 관계자로부터 뼈아픈 질문을 받기도 했다. "최근 KBO리그를 보고 온 구단 관계자가 저한테 '한국 선수들은 왜 열심히 안 뛰느냐'고 묻더라. 그 말을 듣고 할 말이 없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이승엽 코치에게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일본에서 직접 보고 느낀 선수들의 기본기와 훈련 자세, 치열한 경쟁을 이야기한 그였기에 더욱 그랬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나설 한국 야구대표팀을 향해서는 자신이 태극마크를 달고 수많은 국제대회를 치르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과 응원을 건넸다.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 코치. 2026.08.21 /what@osen.co.kr
이승엽 코치는 "국제대회에서는 생소한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펑펑 쳐서 이기는 야구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많지 않은 찬스가 왔을 때 놓쳐서는 안 된다"며 "우리 선수들은 집중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잘할 거라고 믿는다. 목표로 삼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분 좋게 귀국하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훌륭한 동료들과 든든하게 응원해주는 팬들을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선수로서 한국 야구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감독까지 경험했다. 그래도 이승엽 코치는 자신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 야구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자신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하나씩 채워가고 있다.
'국민 타자'도 여전히 배우고 있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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