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팬들의 새로운 '국민 구단'이 탄생할 수 있을까.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가 오랜 시간 한국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유럽 구단으로 자리했던 가운데, 이제 그 자리를 이강인(25)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이어받을 준비를 마쳤다.
아틀레티코는 9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1-3으로 패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채운 5만78명의 시선은 승패보다 이강인에게 더 많이 쏠렸다.
이강인은 후반 교체 투입돼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치렀다. 그가 몸을 풀기 시작하자 관중석이 들썩였고,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 큰 함성이 쏟아졌다. 공을 잡을 때마다 반응이 이어졌다. 경기 후 진행된 공식 입단식에서도 이강인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스페인 '문도 데포르티보' 역시 이를 주목했다. 매체는 "경기의 주인공은 이강인이었다. 카메라는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녔고 경기장에서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현지 관중들이 환호했다"고 전했다.
이강인에게도 특별한 장면이었다. 그는 경기 후 "승리하지 못했지만 내게는 정말 특별했다. 내 나라에서 내 사람들과 함께 첫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관중석을 채운 아틀레티코 유니폼이었다. 이강인은 "경기장에 우리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고 즐거웠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아틀레티코가 한국 팬들에게 더 익숙한 구단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미 첫 장면은 만들어졌다.
관중 수가 이를 보여준다. 지난 5일 같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맨시티의 경기에는 2만8036명이 입장했다. 나흘 뒤 아틀레티코-맨시티전 관중은 5만78명이었다. 약 2만2000명이 늘었다.
상대는 똑같이 맨시티였다. 달라진 가장 큰 요소 가운데 하나는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이 아틀레티코 이적을 확정한 뒤 한국에서 곧바로 첫 경기를 치르면서 팬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역시 경기 전부터 변화를 기대했다. 그는 "3년 전에는 맨시티 유니폼이 더 많았다. 내일은 아틀레티코 유니폼이 더 많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실제 경기 당일 관중석 곳곳에는 아틀레티코 유니폼이 눈에 띄었고 팬들은 "알레띠"를 외쳤다.

한국 축구에서 익숙했던 장면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면서 한국 팬들에게 토트넘은 단순한 해외 구단 이상의 존재가 됐다. 경기를 챙겨보는 팬이 늘었고 유니폼을 입는 사람도 많아졌다. 한국 선수 한 명이 해외 구단의 국내 인지도와 팬덤 자체를 바꿔놓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제 비슷한 흐름이 아틀레티코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이강인은 한국 대표팀의 핵심 선수 중 한 명이자 국내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스타다. 그런 선수가 아틀레티코의 7번을 달고 뛰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확인된 흥행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근 해외 빅클럽의 이름만으로 국내 팬들을 대규모로 움직이는 일이 예전만큼 쉽지 않다는 흐름도 나타났다. 지난 4일 제주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제주 SK의 경기에는 2만2519명이 입장했고, 5일 팀 K리그-맨시티전은 2만8036명에 그쳤다.
아틀레티코-맨시티전에는 5만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단순히 '유럽 빅클럽 방한'이라는 이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차이다.
그 중심에 이강인이 있었다. 이는 한국 축구가 여전히 강력한 스타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특정 선수에게 관심이 크게 집중되는 구조도 드러낸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처럼 이름값이 확실한 선수가 있을 때 팬들의 반응은 크게 달라진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 차이는 분명했다. 이강인이 교체 투입되는 순간 경기장 분위기가 바뀌었고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강인 역시 자신의 영향력을 아틀레티코에만 연결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국내 취재진과 만나 "한국 축구가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선수들은 이 상황에서 많은 축구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많이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많은 관심과 사랑을 계속해주셨으면 좋겠다. 나뿐만 아니라 해외파나 K리그 선수들도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항상 노력하고 있다. 너무 안 좋은 부분만 봐주시지 말고 좋은 부분도 봐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강인의 새로운 도전도 이제 시작이다. 시메오네 감독은 서울에서 이강인을 투톱에 가까운 위치에 배치했다. 이강인은 "감독님이 그 위치에서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원하셨다. 처음 왔을 때부터 그런 부분을 주문하셨다"며 "어디가 더 편한지보다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유럽 구단 가운데 하나가 됐다면 이제 아틀레티코가 그 다음 자리를 노릴 수 있다.

서울에서 이미 첫 신호가 나왔다. 5만78명의 관중, 관중석을 채운 아틀레티코 유니폼, 이강인이 공을 잡을 때마다 터져 나온 함성까지.
이강인이 바란 것도 같은 방향이었다. "앞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손흥민의 토트넘 시대를 지나 이제 이강인의 아틀레티코가 한국 팬들에게 새로운 '국민 구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첫 장면은 서울에서 이미 시작됐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