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축구가 브릴 엠볼로(30, 스타드 렌)의 이례적인 퇴장을 두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12일(한국시간) "스위스는 월드컵 8강에서 아르헨티나에 패한 뒤 엠볼로의 퇴장 판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레모 프로일러는 비디오 판독(VAR)으로 동료가 퇴장당한 결정을 '재앙'이라고 표현했고, 주장 그라니트 자카는 이런 종류의 판정을 위한 VAR이 경기를 '죽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는 같은 날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1-3으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로써 스위스는 1954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72년 만에 오른 8강 무대에서 여정을 마치게 됐다.

이날 스위스는 경기 시작 10분 만에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에게 코너킥 실점하며 끌려갔다. 하지만 후반 22분 단 은도이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고,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아르헨티나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엠볼로의 황당한 퇴장으로 순식간에 균형이 기울고 말았다. 엠볼로는 후반 24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레안드로 파레데스와 공을 다투다가 쓰러지며 고통을 호소했다. 주심은 처음엔 파레데스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VAR 결과 엠볼로의 시뮬레이션으로 정정되면서 경고의 주인이 바뀌었다.
문제는 엠볼로가 이미 한 차례 옐로카드를 받은 몸이었다는 점. 결국 그는 어처구니없게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뼈아픈 실수를 범한 엠볼로는 눈물을 쏟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남은 시간을 10명으로 싸우게 된 스위스는 연장 후반에 두 골을 실점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사실 이번 대회부터 바뀐 풍경이다.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앞으로는 '선수 착오(Mistaken Identity)' 상황에서는 VAR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새로 도입했다. 그리고 논란은 있지만, FIFA는 이를 같은 팀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선수들 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스위스가 이번 대회에서 같은 사례의 첫 번째 희생자는 아니다. 미국과 파라과이의 대회 개막전에서도 네덜란드 출신 대니 마켈리 주심이 처음에는 미국 수비수 팀 림에게 옐로카드를 줬다가 VAR 확인 후 반칙을 시뮬레이션으로 변경하고 파라과이의 미겔 알미론에게 경고를 준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스위스 대표팀은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무라트 야킨 감독은 이 상황이 "극도로 고통스러웠다"고 말하며, 자신의 팀이 "심판의 실수 때문에 벌을 받았다"고 항의했다.
미드필더 프로일러도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경기 후 "정말 재앙이다. 이 심판이 도대체 여기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왜 이런 상황에서 VAR이 개입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반에도 이런 반칙은 많이 있었다. 그런 장면들도 모두 경고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해할 수 없다. VAR이 이런 상황으로 어떻게 경기를 바꿀 수 있나"라고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주장 자카도 거들었다. 그는 "우리는 좋은 출발을 했다. 코너킥에서 실점했지만 그 이후에는 내 생각에 스위스만 보였다"며 "그는 "우리는 공을 점유했고 전반에 많은 기회를 만들진 못했지만, 상대도 코너킥 골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후반은 우리의 경기였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카는 "퇴장이 모든 걸 바꿔버렸다. 그 퇴장으로 우리가 처음부터 준비했던 경기 계획이 모두 바뀌었다. 매우 긍정적이던 계획이었다"며 "심판의 단 한 번의 결정 때문에 패배해야 한다면 정말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결정이었다. 지금 경기가 끝난 뒤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커룸은 매우 조용했고 모두 실망했다"고 말했다.

결국 스위스로선 확대된 VAR 권한이 운명을 바꾼 셈. 자카는 "규정은 규정이고 우리가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경기를 죽인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그게 내 생각이다. 심판이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경기를 죽이지는 말았어야 한다. 우리는 경기 내용이 정말 좋았다. 11대11이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고 믿는다"며 "하지만 경기가 끝난 직후인 지금은 적절한 말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야킨 감독 역시 "아르헨티나가 특별한 혜택을 받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은 축구가 승리한 경기가 아니었다. 우리는 심판의 실수 때문에 벌을 받았다"며 "난 이 규정을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 매우 사소한 상황이었고 경고가 나왔는데 VAR이 개입했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경기 결과를 결정지은 장면이었다. VAR과 심판, 그리고 이런 규정을 만든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 정말 고통스럽다"며 "우리는 준결승에 가지 못하게 됐지만, 그럴 자격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433, ESPN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