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인성갑 외국인투수답다. 6주 임시직 꼬리표를 떼고 정식 계약을 체결한 웨스 벤자민(두산 베어스)이 전임자 크리스 플렉센을 챙기는 따뜻한 마음씨를 뽐냈다.
플렉센의 임시 대체 외국인투수였던 벤자민은 지난 2일 두산과 총액 45만 달러(약 7억 원)에 정식 계약을 체결하며 불과 3개월 만에 정규직 전환의 꿈을 이뤘다. 두산 구단은 “단기 계약 기간 벤자민이 팀 마운드의 중심을 잡았다. 해당 기간 평균자책점(2.66)이 리그 전체 3위로 최상위권 성적이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벤자민은 OSEN과 인터뷰에서 “KBO리그에서 더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두산 구단에 감사하다. 김원형 감독님의 선수, 두산 구단의 선수로 뛰는 거 자체가 매우 즐겁다. 두산에 좋은 동료들도 정말 많다”라고 정규직 전환 소감을 전했다.

임시 계약 내내 두산에 계속 남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벤자민은 “시즌 도중 팀에 합류했음에도 프런트, 팀원들 모두 날 너무 환영해줘서 감사함을 느꼈다. 또 감독님의 투수를 운영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경기장에서 투수들의 경기력을 극대화시키는 운영을 해주셔서 너무 좋다. 그래서 두산에서 계속 뛰고 싶었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KT 위즈 좌완 에이스 출신인 벤자민은 지난 4월 6일 6주 5만 달러(약 7700만원) 조건에 부상 이탈한 플렉센의 임시 대체 외국인투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5월 21일 6주 5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했는데 13경기 4승 6패 평균자책점 2.66의 호투 속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어깨 부상이 악화된 플렉센이 미국으로 돌아가며 마침내 정식 계약에 이르렀다.
두산 김원형 감독은 “벤자민은 인성이 너무 좋은 선수다. 급하게 팀에 합류해서 선발진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했다”라며 “가끔은 ‘플렉센이 안 다쳤으면 이 정도로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벤자민이 플렉센 공백을 너무나 훌륭히 메워줬다. 실력과 능력을 보여줘서 시즌 끝까지 가게 됐다”라고 칭찬했다.
벤자민은 “정식 계약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매 경기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라며 “솔직히 말하면 플렉센의 부상이 악화됐다고 했을 때 6주 더 던질 수 있겠다는 예상은 했다. 그러나 정식 계약은 전혀 몰랐고, 난 그저 내게 주어진 기간 동안 내 가치를 증명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벤자민의 활약이 놀라운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작년 11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방출 이후 새 팀을 찾지 못해 2026시즌에 앞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13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8차례나 달성하는 꾸준함과 스태미나를 과시하고 있다.
벤자민은 “그 동안 수많은 팀들에서 스프링캠프를 해왔기 때문에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한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스스로 엄격하게 이를 실행했다”라며 “주위에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선수들도 많았다. 그들과 함께 라이브피칭을 하면서 몸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벤자민은 정식 계약으로 휴식 때마다 취미로 하는 이른바 ‘한국 커피투어’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벤자민은 “서울은 같은 가게가 오늘도 다르고 내일도 다르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내가 필요한 게 있으면 못 찾을 게 없다”라며 “휴식일 새로운 카페를 찾아다니는 게 취미다. 아마 코엑스에서 내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걸 보신 분들이 많을 거 같다. 현대백화점과 코엑스 내 카페를 즐겨간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벤자민에게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내가 다른 분들의 추천을 받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코엑스에 있는 피어커피, 현대백화점 내 브라이언스커피를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벤자민은 KT 시절 3년 내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고, 2023년 한국시리즈 마운드에도 올랐다. 그러나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다. 두산에서는 풍부한 가을 경험을 살려 우승반지를 거머쥐고 싶다.
벤자민은 “KT에 있을 때 항상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싸웠고, 두산도 지금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 팀이 지금 매우 잘하고 있으며, 시즌 막바지 순위싸움의 압박을 느낄 수 있을 텐데 동료들을 믿고 있기에 당연히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할 거로 본다. 두산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KT 시절부터 인성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운한 벤자민은 전임자 플렉센의 밝은 앞날을 기원하는 훈훈함도 뽐냈다. 벤자민은 “플렉센이 커리어를 마감할 정도의 부상을 당한 건 아니라서 헤어질 때 잘 회복하고 행운을 빈다고 전했다”라며 “플렉센은 내가 두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선수다. 서울을 많이 알려줬다. 그는 좋은 팀 동료이자 사람이었다”라고 진심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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