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첼로티의 쓴소리, 이탈리아 몰락 정조준…“골잔치? 수비 붕괴의 결과”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6.04.20 06: 54

화려한 골 잔치에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경고장을 꺼냈다. 브라질 대표팀을 이끄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최근 챔피언스리그와 이탈리아 축구의 추락을 바라보며,문제의 본질이 공격이 아니라 수비와 구조의 붕괴에 있다고 짚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지난 1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매체 ‘일 조르날레’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챔피언스리그 다득점 경기들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고 봤다. 그는 골이 많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골키퍼와 수비수들의 실수가 많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하이 프레싱과 일대일 마킹, 후방 빌드업은 분명 현대 축구의 흐름이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면 아주 작은 집중력 저하 하나로도 곧바로 치명상을 입는다고 본 것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 경기일 수 있어도, 현장 감독들에겐 전혀 달갑지 않은 그림이라는 의미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축구 전체로 향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이탈리아 축구가 잃어버린 가장 큰 요소로 ‘페이스’를 꼽았다. 단순한 주력이나 피지컬이 아니라, 경기 내내 유지되는 정신적 속도와 강도, 그리고 끊임없는 관여도다.
여기에 더해 이탈리아 축구가 원래 강점이었던 견고함까지 잃었다고 진단했다. 지나치게 전술에 집착한 나머지, 오히려 자신들이 역사적으로 가장 잘하던 축구의 본질을 훼손했다는 비판이다.
이 말이 더 아프게 들리는 이유는 결과가 너무 선명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무릎 꿇으며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클럽도 마찬가지다. 아탈란타가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합계 2-10으로 완패했고, 볼로냐와 피오렌티나까지 유럽대항전에서 탈락하면서 이번 시즌 유럽 4강 무대에 남은 이탈리아 팀은 하나도 없게 됐다.
이는 세 개의 주요 유럽대항전 체제에서 1986-87시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안첼로티 감독은 인재 구조도 문제로 봤다. 과거 세리에A에는 마라도나, 플라티니, 호나우두 같은 세계적 스타들이 몰려들었지만, 이제는 막대한 중계권료와 강력한 투자자가 있는 해외 리그가 훨씬 더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고 했다.
결국 젊은 이탈리아 선수들이 최고 수준의 재능과 경쟁을 가까이서 배우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수비수를 길러내지 못하고, 세계적 재능도 끌어오지 못하는 리그가 예전의 위상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결국 안첼로티 감독의 결론은 단순했다. 이탈리아 축구가 다시 살아나려면 ‘한 골 더 넣는 축구’만 외칠 게 아니라, ‘한 골 덜 먹는 축구’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비적 정신력, 조직의 견고함, 그리고 경기 전체를 버티는 강도. 한때 이탈리아 축구를 유럽 최정상에 올려놨던 그 본질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명장의 쓴소리는 날카로웠지만, 지금 이탈리아 축구가 가장 듣기 싫으면서도 가장 먼저 받아들여야 할 말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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