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재윤은 매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다. 시즌이 끝난 뒤 딱 1주일만 쉬고 개인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9일 기자와 만난 김재윤은 "제가 원래 오래 못 쉬는 스타일이라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씩 웃었다.
김재윤은 올 시즌 63경기에 등판해 4승 7패 1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99를 남겼다. 전반기 37경기 3승 4패 5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6.75로 흔들렸다. 6월에는 마무리 보직을 반납했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등 아픔을 겪었다. 재충전을 마치고 1군 무대에 복귀한 그는 후반기 들어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26차례 마운드에 올라 1승 3패 8세이브를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2.81.


김재윤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초반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많이 답답했다"고 털어 놓았다. 김재윤은 7,8월 19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4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47을 거두는 등 제 모습을 되찾았다. 김재윤이 뒷문을 확실히 지키면서 삼성도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어찌 됐든 구속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니까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여러가지 시도를 했다. 후배들이 하는 드릴 훈련을 따라 해봤는데 제게 좀 맞는 것 같아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덧 투수조 가운데 서열 2위가 된 김재윤은 "(오)승환이 형, (송)은범이 형, (임)창민이 형, (김)대우 형 등 선배들이 한꺼번에 팀을 떠나면서 갑자기 올라가게 됐다"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저는 후배들을 휘어잡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고 후배들 모두 알아서 잘하니까 이야기할 부분도 없다"며 "후배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은데 나이 차이 때문에 선뜻 다가오지 못하더라. 제가 장난도 많이 치고 먼저 다가가야 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김재윤에겐 '슬로 스타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포수 강민호는 김재윤에게 "시즌 끝나면 쉬지 말고 윈터리그를 가라"고 농담하기도. 이에 "좋게 말해 '슬로 스타터'라고 표현하는데 초반에 힘을 거의 못 쓴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면서 "우완 이승현과 함께 괌 1차 캠프에 먼저 들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뛰어난 커리어와 실력 그리고 경험을 두루 갖춘 김재윤이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아야 계투진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1군 통산 193세이브. 200세이브 달성이 눈앞이지만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김재윤은 "올 시즌 마무리로 시작했지만 중간에 내려오기도 했다. 좋은 재능을 가진 후배들도 늘어났고 새롭게 합류한 아시아쿼터 투수도 공이 좋더라. 프로에서는 자기 자리가 없다.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일단 열심히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1군 통산 193세이브를 거두며 200세이브 달성을 눈앞에 둔 그는 "의미 있는 기록이라 욕심이 나긴 한데 일단 마무리 투수로 들어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보셨을 때 제 구위가 좋아야 마무리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했다.

10년 만에 삼성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된 최형우와의 만남을 기대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정말 좋은 선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같은 팀에서 뛰게 돼 정말 기쁘다. 투수 입장에서 형우 선배님이 오셔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2년 연속 가을 무대를 밟은 삼성은 겨우내 전력을 강화하며 대권에 도전한다. 김재윤은 “야구장에 개인 훈련하러 오는 선수들을 보면 내년에 칼을 갈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형우 선배님이 오시고 민호 형도 재계약하면서 야수진이 정말 강해졌다. 우리 중간 투수들도 으쌰으쌰해서 한 단계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 시즌 목표는 명확하다. “2년 연속 가을 무대를 밟았지만 아쉬웠다. 이제 진짜 한 번 해야 하지 않을까.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고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평균자책점을 3점대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2026년은 붉은 말의 해. 1990년생 ‘말띠’ 김재윤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며 다시 한번 힘차게 달릴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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