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LAFC)은 팀을 떠났지만, 여전히 토트넘 홋스퍼의 ‘현재형 리더’였다. 그가 남긴 영향력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11일(한국시간) “라커룸 대화가 공개되면서 손흥민이 토트넘 선수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며 “텔은 토트넘의 전 주장을 ‘큰형’이라 부르며 지금도 손흥민과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미 팀을 떠난 선수지만, 토트넘 내부에서는 여전히 정신적 중심으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손흥민은 하루 전인 10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슬라비아 프라하와의 2025-202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라운드 홈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에 등장한 그는, 마이크를 잡고 홈팬들에게 직접 작별 인사를 전했다. 지난여름 미국행을 택한 뒤 처음으로 돌아온 ‘홈커밍’이었다.


매체는 “손흥민은 LAFC 이적 이후 처음으로 토트넘으로 돌아왔다. 그는 슬라비아전 3-0 승리를 앞두고 팬들에게 ‘이곳은 언제나 내 집’이라고 말했고, 관중석에서 토트넘의 연승을 지켜봤다”며 “이날 승리는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향한 압박을 일정 부분 덜어주는 결과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정확히 10년을 보냈다. 공식전 454경기 173골 101도움. 수치만으로도 전설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 5월 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그는 스스로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구단은 손흥민을 붙잡고 싶어 했지만, 그는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했다. LAFC 이적과 함께 2660만 달러(약 375억 원)의 이적료를 남기며 MLS 역대 최고 이적료 신기록도 세웠다. 다만 한국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프리시즌 경기를 끝으로 곧장 미국으로 떠나면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의 고별전은 끝내 치르지 못했다.
그 아쉬움은 이번 방문으로 비로소 해소됐다. 손흥민은 구단이 준비한 기념패를 받은 뒤 “여러분이 나를 잊지 않았길 바란다. 정말 놀라운 10년이었다”며 “나는 언제나 스퍼스이고,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다. 이곳은 항상 내 집”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환호는 그가 여전히 ‘우리의 주장’임을 증명했다.

경기 후에도 손흥민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선수들에게 쏟아진 질문 대부분이 손흥민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특히 임대 기간을 포함해 반년 남짓 함께했던 텔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텔은 손흥민을 ‘큰형’이라고 표현하며 “쏘니는 항상 내게 문자를 보내주고, 나를 지지해준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이긴 경기를 손흥민이 보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특별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토트넘의 거대한 전설이다. 그런 선수가 올 때 우리는 그를 위해, 클럽을 위해,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 모든 걸 바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기간의 동행이었지만, 영향력은 결코 짧지 않았다. 텔은 지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토트넘에 합류한 뒤 완전 이적에 성공했지만, 경쟁 속에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UCL 스쿼드 제외라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도미닉 솔란케의 부상으로 기회를 얻었고, 슬라비아전에서 교체 출전하며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의 조언과 응원은 큰 힘이 됐다.
존경의 목소리는 텔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번 시즌 합류한 모하메드 쿠두스는 “손흥민은 클럽을 대표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본보기”라며 “라커룸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사비 시몬스 역시 “손흥민은 이 클럽의 큰 전설이다. 그의 등번호를 물려받아 나만의 유산을 쌓고 싶다”고 밝혔다. 시몬스는 손흥민과 함께 뛰어본 적은 없지만, 그의 상징인 7번을 이어받은 주인공이다. 기대와 비판 속에서도 득점으로 반등의 신호를 보냈고, 공교롭게도 손흥민이 지켜보는 슬라비아전에서 골을 기록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손흥민의 복귀는 짧았지만, 라커룸에 강한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그는 지금도 선수단에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떠났지만 떠나지 않은 이름. 손흥민은 여전히 토트넘 안에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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