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삼척시청 육상팀 김완기 감독이 인천국제마라톤 때 지도 선수에 대한 과도한 신체 접촉 논란 이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징계 사유는 여론이 집중했던 신체 접촉관 무관하다.
삼척시체육회는 10일 강원 삼척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김 감독에게 자격 정지 1년 6개월을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공식 사유는 직권남용과 직무태만이다.
김 감독이 논란의 중심에 선 발단은 지난달 2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5 인천국제마라톤 결승선 장면 때문이다.

여자 국내부 이수민(삼척시청)이 1등으로 결승선을 지난 직후 김 감독이 과도하게 선수와 접촉한 장면이 포착됐다. 그는 선수 상체에 타월을 씌우려는 과정에서 이수민을 끌어안았는데, 이수민이 표정을 심하게 찡그리고 그의 손을 뿌리친 것.
이를 본 일부 시청자들은 손의 위치가 부적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선수의 반응이 불편해 보인단 지적이 많았다.

논란이 커지자 김 감독은 선수를 보호하려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사건 직후 ‘뉴스 1’을 통해 “마라 특성상 여자 선수들은 결승선에서 실신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흔해 안전을 위해 잡아주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잡아주지 않으면 넘어지고 많이 다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감독은 “시청자들이 볼 때는 잡아주고, 뿌리치고 하니까 그게 ‘추행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육상 쪽에서는 이런 사례가 다반사”라며 “모든 지도자가 (선수가) 들어오면 다 잡아주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수민이 사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수민 선수가 ‘감독님 죄송하다’라고 하더라. 세게 들어오다가 (팔이) 명치 끝이 닿아서 통증이 생긴 것 같다”라며 “‘숨을 못 쉴 정도로 너무 아파 자기도 모르게 뿌리쳤는데 중계 화면에 나갔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고생 많았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수민은 지난 달 25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상황을 ‘성추행’이라고 단정하거나 주장한 적은 없다. 문제의 본질은 성적 의도 여부가 아니라, 골인 직후 예상치 못한 강한 신체 접촉으로 인해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당시 저는 숨이 가쁘고 정신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옆에서 갑작스럽게 매우 강한 힘으로 제 몸을 잡아채는 충격을 받았다. 그 순간 가슴과 명치에 강한 통증이 발생했고, 저항해도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팔이 압박된 채 구속감을 느꼈다. 이 모습이 그대로 영상에 남아 많은 분들의 논란을 불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과 나눈 이야기도 공개했다. 이수민은 “그때는 상황 파악조차 어려웠고, 이후 그 행동을 한 사람이 감독님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통증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먼저 감독님을 찾아가 ‘골인 직후 너무 강하게 잡아당기셔서 통증이 있었다’, ‘그 행동은 적절하지 않았다’라고 분명하게 전달했다. 그리고 제가 순간적으로 뿌리친 행동이 감독님께 기분 나빴다면 죄송하다고도 말씀드렸다. 선수 입장에서 예의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언론 인터뷰도 언급됐다. 그가 사건의 당사자인 이수민에게 사과하기보다는 언론 대응에만 집중했다는 것. 이수민은 “하지만 (김 감독의) 구체적인 사과나 인정은 전혀 없었고, 말을 돌리는 식으로 대응하셨다. 저에게 논란이 있던 행동에 대한 사과도 없으며, 그 후로도 개인적·공식적인 어떤 사과나 연락도 전혀 없었다”라고 폭로했다.
또한 그는 “이후 사건 공식 조사 과정에서도 감독님은 조사 전 단독으로 해명하는 듯한 영상이 올라와 본인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먼저 밝히는 모습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선수를 보호하고 상황을 바로잡아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조사도 없이 해명 자료를 공개하는 모습은 매우 힘들고 혼란스러운 경험이었다. 논란이 커진 이후에도 감독님은 저에게 찾아와 상황을 해결하거나 대화를 시도한 적이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해당 논란의 장본인 김 감독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신체 접촉 관련' 징계는 아니었다. 육상팀 선수들이 제출한 진정서에는 김 감독의 언행 문제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준비 과정과 직권남용, 소통 부재 등이 핵심이다.
스포츠공정위에 출석한 이수민 역시 신체 접촉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jinju217@osen.co.kr
[사진] KBS 스포츠 유튜브 캡처, 이수민 소셜 미디어.